열심히 굴러가는 굴렁쇠
[케이스스터디] 윤동주 문학관 본문
이대로. (2016). [여행나침반] 아는 만큼 보이는 만큼_서울 종로 라 카페 갤러리, 윤동주 문학관, 서촌한옥마을. 이제 여기 그 너머, (7), 149-155.
‘윤동주 문학관’. 자하문 건너편이다. 부러 찾지 않으면 금세 찾을 수 없다. 이런 높은 곳에 문학관이라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들어가서 둘러보니 끄덕여졌다. <별헤는 밤>, <자화상> 등의 대표작들이 이 시기에 쓰였단다. 당시 시인은 이곳 인왕산에 올라 시정詩情을 다듬은 것이다. 이곳을 빼놓고는 윤동주 의 작품세계를 말할 수 없으리라.
제1전시실인 ‘시인채’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우물 모형이 보인다. 그의 시에 많은 모티브를 주었다던 우물이다. 시인과 관련된 것들이 그곳에 놓여 있었다. 시인의 다양한 사진과 친필원고 영인본… 시인은 지금 없지만, 친필은 남아 그의 시와 삶을 증거한다. 제2전시실 ‘열린 우물’. 이름처럼 실제 우물 아래 있는 느낌 이다. 차가운 시멘트벽이 주위를 감싼다. 긴 벽 사이로 올려다 보이는 파란 하늘. 사실, 문학관은 버려져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한 것이다. 물의 흔적은 아직도 벽에 남아 있다.
‘열린 우물’을 지나면 마지막 제3전시실 ‘닫힌 우물’에 이른다. 조그만 의자에 앉아 윤동주의 삶과 시세계를 담은 영상을 감상했다. 해방을 6개월 남겨 두고, 타 국의 형무소에서 쓸쓸히 죽어간 시인. 영상은 끝났지만 금방 일어날 수 없었다. 감옥 같은 어둑한 전시실에서 잠시 회한에 잠겼다. 윤동주의 마지막 심정은 어떠 했을까? 끝내 해방된 모국을 보지 못한 그의 마음. 나는 헤아릴 수 없었다.
문학관 뒤로 펼쳐진 ‘시인의 언덕’에 올랐다. 겨울 바람이 매서웠다. 눈발도 날 린다. 곳곳에 윤동주 시인의 시가 새겨져 있다. 큰 돌에 새겨진 대표작 <서시>를 조용히 읊어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칠흑 같은 일제 강점기, 그 속에서도 하늘을 노래하고 별을 노래했던 윤동주. 그는 이제 하늘에 있지만 그의 노래는, 그의 시는 아직도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고 있었다.
자화상, 윤동주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편집부. (2018). 윤동주 문학관. 문예운동, (), 156-161.
시인채(제 1전시실)
시인의 순결한 시심을 상징하는 순백의 공간으로 '인간 윤동주'를 느낄 수 있다. 9개의 전시대에는 시인의 일생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배열한 사진자료들과 함께 친필원고 영인본이 전시 되어있다. 1전시실의 중앙에는 윤동주의 생가에서 나온 우물목판이 전시되어 있다.
열린 우물(제 2전시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모티프를 얻어 용도 폐기된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장하여 중정을 만들었고, '열린 우물'이라 명명했다. 물탱크에 저장되었던 물의 흔적이 벽체에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퇴적을 느끼도록 해 준다.
닫힌 우물(제 3전시실)
또 하나의 용도 폐기된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만든 '닫힌 우물'이다. 침묵하고 사색하는 공간으로 조성된 이곳에서는 시인의 일생과 시세계를 담은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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